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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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가슴이 아파서...

5 독락[獨樂] 3 3,038
가끔씩... 못견디게 바다가 보고플때가 있습니다.

살아가는것들에 염증을 느낄때... 어딘가에서 실컷 소리라도 지르고 싶을때...

그럴때면 반쯤 이성을 잃고 충도적으로 훌쩍 떠나 항상 찾게되는곳이 양양 낙산사였습니다.

넘실거리는 바다를 한없이 바라보다보면... 어느새 그 넓고 깊은 푸르름에 요동치던 머리속과 마음속이 이내 고요해짐을 느끼곤했습니다.

그렇게 잔잔해진 몸과 마음을 이끌고 찾아가는 낙산사의 고즈넉함은... 내가 양양이란 곳을 사랑할수 밖에 없게끔 하기에 충분한 곳 이었습니다.

빽빽히 들어찬 소나무숲을 고풍스럽고 소담스런 담장을 따라 걷다보면... 몸도 마음도 맑아지는 느낌이었습니다.

한단 한단 오를때 마다 조금씩 조금씩 산문들 사이로 빼꼼히 보이는 원통보전과 담장, 대나무숲의 조화는... 이루말로 표현할수 없을만큼의 아름다움을 보여주고는 하였습니다.

그렇게 한참을 불전에 앉아 명상을 하다보면... 얼키고 설키어 정리되지 않았던 일들이 모두 차분하게 정리되어 이내 평온해 짐을 느꼈습니다.

그렇게 낙산사는... 관음도량으로서의 기도처 뿐만이나라... 내겐 휴식간은.. 안식을 주는 그런 의미 있는 곳 이었습니다.

양양지역 산불소식을 듣고도 제일먼저 떠오르는 불안감이 바로 낙산사였습니다. 그리고 그 불안함이 현실로 되었을때... 아쉬움을 넘어선 분노가 머리속을 가득채워 한동안을 멍하게 지냈습니다.

마음같아선 당장 달려가 보고 싶었지만... 티비에서 보여진 모습만으로도 아픈가슴 어찌하지 못하였는데... 실제 보게 된다면 더욱 견딜수 없으듯 하여 근처를 갈 기회가 있었음에도 발길을 낙산사 쪽으로 돌리지 않았습니다.

얼마전... 다시 낙산사 인근을 방문할 일이 있어 고심끝에 찾아가 보았습니다.

요란하게 움직이는 포크래인소리와 공사장을 방불케 하는 어수선한 모습이 그날의 참상을 충분히 느낄수 있게 하였습니다.

온데간데 없이 사라져버린 대나무숲과 원통전, 돌담들... 아픈가슴을 어쩌지 못하고 발길을 돌렸습니다.

목조건물은 불타고 다시 짓고 하는것에 큰 의미를 두지는 않습니다. 목조건물의 수명을 20년이라고 이야기 하기도 하니까요...

하지만... 머리속으로 이해하고 있는 내용과 그것들이 현실이 되었을때의 안타까움은... 더욱이 큰 의미를 가지고있던 것들이 사라져버렸을때의 아쉬움이란...

실연당하고 아파했던 기억이 이보다 컸을지 하는 생각 마져....

어서빨리 복원되어 다시 아름다운 모습이 눈 앞에 펼쳐졌으면 합니다.

원래 장사속에 놀아나는듯 하여 기와불사 이런것 잘 하지 않지만... 이번엔 큰마음 먹고 기와불사에 동참하였습니다.

獨樂... 

Author

Lv.5 5 독락[獨樂]  실버
15,900 (31.6%)

독락[獨樂] http://www.cyworld.com/dokrak

Comments

24 ★쑤바™★
독락님은...전통적인 건축양식에 능통하고...
음..단어도 많이 아는거같애.ㅋ 
9 푸푸치
^^ 
24 명랑!
역시 잘 돌아다녀... emoticon_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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